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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꾸준히 밀어붙이는 자가 결국 올라간다.”

2018년 국가직 9급 공채 합격생 이호근

3년이란 먼 길을 돌고 돌아 목적지에 다다른 여정이었기에, 기구한 장수생의 합격 수기랍시고 적어봤자 이 글을 읽으실 분들께 별 도움이 되는 글이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어떤 강사가 좋더라 어떤 방법이 좋더라 하는 경험담도 다 붙고 나서 하는 말이지, 적어도 내 생각에서는 말이다 수기대로 따라 해보자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고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수험 정보는 가급적 배제하고 어떤 식으로 공부했는지 어떻게 수험 생활을 버텨냈는지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당락은 국어, 영어, 한국사 3과목이 결정한다. 선택과목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결국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마련이고 표준점수로 변환하여 총점에 합산하기 때문에 한 문제의 중요성이 필수 세 과목보다 작다.
결국 국, 영, 한 세 과목 점수를 각각 85~95 정도로 맞추고, 그 점수대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점수의 편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많이 풀고 기본서를 많이 넘길수록 점수의 편차가 줄어드는 과목은 영어다.
국어와 한국사는 변별력을 높인답시고 듣도 보도 못한 문제를 곧잘 출제하여 뒷목을 잡게 하지만, 영어는 문법이건 독해건 나오는 틀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틀을 잡고 나면 나머지는 반복 훈련과 단어와의 싸움이다.
나 또한 문법 때문에 중딩 때부터 골머리를 썩어왔던 터라, 문법과 단어를 묻는 앞면 10문제에선 2문제를 버리고 간다는 마인드로 우선 접근했다. 2문제는 경험과 지식이 쌓일수록 1.9, 1.8 이런 식으로 계산하지 않아도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듦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박지나 교수님이 강조하신 대로 기본서를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단골 유형의 문법들은 특정 구문을 체화시킨 후 지문을 대입하여 맞고 그름을 가려내는 방법이 좋았다(이를테면 동명사 구문의 의미상 주어라든가 관계대명사의 선행사라든가.).
단어와 숙어는 왕도가 없이 닥치는 대로 외워야 하지만, 단어 하나에 딸려오는 동의어 위주로 묶어서 외우거나 접두사 접미사의 뜻을 익혀놓고 집어넣어 유추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독해는 문장을 크게, 길게 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문장의 동사가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주어인지를 빨리 캐치해 내면 그만큼 글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모르는 단어는 그냥 모르는 채로 넘겨도 된다. 지문의 키워드가 되는 단어가 아니고서는 단어 몇 개가 문제를 맞추고 못 맞추는데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한국사는 날이 갈수록 지엽적인 문제로 수험생을 괴롭히는데... 역사의 흐름을 먼저 꿰어야 한다. 이 사건 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또 그 다음엔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인과 관계나 연도, 두문자 등을 써서 사건의 흐름을 머릿속에 잡아놓는 것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 디테일은 그 후다.
과목의 중요성 때문이든 양의 방대함 때문이든 한국사 단권화는 정말 요긴하다. 흐름 순으로 정리해 나가면서 역사적 사건이나 관련 두문자를 표기해 두는 식으로 노트를 만들면 정말 좋다.
18년 국가직 한국사가 어렵다고 말이 많았는데 손도 못 댈 정도로 어렵다고 느껴지진 않았다(85점 득점).

국어는 문학, 어법, 독해, 순우리말과 한자로 나눌 수 있다. 일단 문학은 일단 중요한 작품을 찍어서 공부한다. 나올 만한 작품과 작가는 어느 교수님이 가르치든 어떤 책으로 배우든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어법은 영어와 마찬가지다. 끝까지 기본서를 놓지 않고 중요한 사항을 머리에 박은 후 문제에 대입하거나 외워뒀던 단어를 소거하며 답을 찾는다. 교수님이 가르쳐 주는 암기법이나 본인 스스로 만든 암기법으로 외운 후, 실생활에 써먹으면서 익히는 것이 좋다(이런 면에선 영어보다 확실히 편하다.).
고전 문법은 고전 문학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향가, 용비어천가, 훈민정음 등) 작품 전체를 머리에 통짜로 새겨놓는다. 현대 문법이나 영어 문법처럼 응용해서 풀기는 좀 까다롭지만, 나오는 부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요 구절들의 의미(굴허에 말을 디내샤...=천우신조 등) 정도는 꿰고 있어야 한다.
순우리말과 한자, 사자성어는 영어 단어와 똑같다.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적어두고 자주 보아 머리에 새긴다. 실생활에서 자주 써버릇하는 식으로 외워도 좋다.

이렇게 국영한 세 과목을 풀고 나면 약 한 시간 정도 시간이 경과한다. 국어에서 10~20분, 영어 30분 내외, 한국사 5~10분 정도인데 55분 정도로 끊게 된다. 선택과목과 마킹에 애로사항이 생기므로 1시간, 최대 65분을 넘기지 않는다.
가장 우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영어 장문 독해인데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 싶으면 과감하게 맨 뒤로 미루고 일단 넘어간다. 요령이 생기면 지문을 슥 훑어서 키워드만 보고 찍어서 맞혀도 된다(무조건 맞힌다는 장담은 하기 힘들지만.).

행정법은 결국 판례 싸움이지만 이론도 아주 잊혀지지 않을 정도만큼은 익혀두어야 한다. 경계, 분리이론이나 수용유사이론 등 굵직한 것들은 필수다.
판례는 키워드를 몇 개씩 집어내고 노트에 간단히 적어놓는 식으로 외워나갔다. 취소, 무효, 하자의 승계 등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판례들을 덩어리로 익혀둔다. 무엇보다도 판례 지문 자체를 자주 보아 눈에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장에서 지문을 보는 순간 아주 생뚱맞은 판례가 아니고서는 슥 읽자마자 걸러낼 정도가 되면 궤도에 오른 것, 그 다음부턴 반복과 새로운 판례를 더 집어넣는 것뿐이다. 시험장엔 요약노트 한 권만 들고 가도 충분하다.

행정학은 한국사와 유사한 과목이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대립 개념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후 디테일을 외워나간다.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많고 이 개념들이 발전하여 다른 이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략적인 큰 틀을 익혀둔다. 그 후에 파생되거나 첨가되는 것들을 외운다.
고로 한국사만큼이나 기본서가 중요하고 단권화가 요긴하다. 양이 방대하여 단권화가 어려우면 요약집에 중요사항 등을 첨삭하는 식으로 만든다.
휘발성이 강한 과목이라 책을 놓는 순간 자주 까먹는다. 문제당 배점도 낮고 중요도도 낮지만 영어단어집처럼 자주 봐둔다. 볼 때마다 깊게 읽지는 않더라도 이건 무슨 내용이었지 하면서 넘길 정도로 익혀둔다.
행정법과 행정학을 선택했다면 서로 중복되는 항목을 연계해서 봐두는 것도 좋다.

딱히 특별한 공부법은 없지만 반복과 체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수업으로 들은 것과 문제 푼 것을 그날 다시 복습한다. 기출문제를 주로 보고 틀린 것을 노트에 적어둔다. 막히는 것이 있으면 기본서를 읽어 보충한다.
어떤 요일은 어떤 과목 이런 식으로 정해두지 않더라도 일정한 텀을 두면서 전과목을 고루 돌려 감을 잃지 않도록 한다. 예외로 단어집과 단권화 노트들은 수시로 챙겨서 들고 다닌다.
막판이 되어갈수록 잘 정리된(자신만 알아볼 정도면 충분하다.) 노트와 요약집을 훑는 것만으로도 간략하게나마 1회독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어렵거나 익숙지 않은 문제를 풀어 점수가 낮게 나왔을 때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다. 운빨이 큰 시험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운이 작용하는 크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뿐이다.
다른 과목을 보거나 책을 놓고 있을 때에도 어떤 개념이 머리에 번뜩 스치고 지나갔는데 어떤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으면 바로 책이나 노트를 찾아보거나 검색을 하여 알고 넘어간다.
딱히 생활 루틴을 만들지 않아도 어느새 자신의 루틴이 잡히게 되는데, 그걸 남의 사례를 봐가며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평소에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고 모의고사나 시험을 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된다.
운동이든 뭐든 쉬는 시간에 할만한 것 하나를 정해서 머리와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저녁 먹고 동네 한바퀴 도는 것으로 쳇바퀴 일상에 활력을 주었다.

기본 이론-기출문제-모의고사 대부분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흘러가니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커리가 바뀌어도 늘 그날 배우고 틀린 것을 그날(늦어도 다음날까지) 다시 본다.
꾸준히 밀어붙이는 자가 결국 올라간다. 점수가 영 오르지 않으면 과감히 방식을 바꿔보되 꾸준함 자체는 잃지 않아야 한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지 않으면 결국은 점수가 오르고 합격선에 다다르게 된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채찍질하여 동기부여하든 조금씩 쉬어서 풀어주든 선택은 자유, 동력원을 어디에서 구하느냐는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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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반드시 합격하자!!
수험뉴스 칼럼(제5회) 올해는 반드시 합격하자!!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1년이라는 시간의 단위가 생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마 지나간 해를 돌아보고 잘한 것들은 더욱 발전시키고, 잘못한 것들은 고쳐 더 나은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에 자신이 가진 지나친 열정으로 공부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무작정 학원에서 정해준 커리큘럼만 따라가다 진정 중요한 공부방법을 깨우치지 못한다든가, 시간이 가면서 자신이 점점 더 나태해져서 해야 하는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름을 피운다든가 하는 등의 수많은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실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지 못하고 수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수험생활은 굉장히 고독하고 외로운 과정입니다. 그 이유는 끊임없는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 곧 수험생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과정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되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수험생활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하며 자신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