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를 찾아 나선다. 근래에는 해외여행이나 시설 좋은 물놀이 공원에서의 피서가 흔한 풍경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가까운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 최고의 피서였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7월 「이달의 기록」 주제를 ‘기록으로 보는 그 때 그 시절 피서의 추억’으로 정하고 관련 기록물을 21일부터 누리집(www.archives.go.kr)으로 제공한다. 이번에 서비스되는 기록물은 총 44건으로 1950년~1990년대 피서 모습,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모습 등을 보여주고 있다.
피서(避暑) 풍습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했지만, 일상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는 의미는 변함이 없다. 삶이 궁핍했던 1950년~1960년대에도 무더운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산과 바다로 달려가 더위를 식혔다. 당시에는 가까운 시냇가, 한강, 뚝섬유원지, 근교 수영장 등에서 물놀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버스나 기차를 타고 대천·송도·해운대 해수욕장 등으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바캉스’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피서를 떠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즐거워야 할 피서가 무질서와 바가지요금 등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한편, 피서지는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는데, 1970년 서울시 경찰국은 뚝섬에 한강여름경찰소를 열어 한강변 수상안전을 책임지고 풍기단속을 실시하였다. 여름경찰서 활동은 현재까지 이어져 매년 해수욕장 근처에 개서식을 갖고 피서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여름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은 ‘배우며 일하자’는 슬로건 아래 피서 대신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농어촌 지역사회 개발에 이바지하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1980년~1990년대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함께 휴가문화가 자리 잡은 시기로 알뜰하고 건전한 휴가가 강조되었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은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과거의 피서 및 다양한 여름 활동 관련 기록을 통해 국민들께서 어려웠던 시절의 피서 모습을 추억하고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