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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합격수기? 실패수기??


저는 2015년 국가직 7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합격해 현재 중앙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새내기 공무원입니다. 외롭고 힘든 수험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수험생활


저는 대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고 휴학한 후에 201212일에 노량진에서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원점에서 시작했던 저는 7과목을 개략적으로 한 번 살펴보기 위해 학원 종합반을 등록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지만 방대한 양을 2달 만에 소화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7과목이 요구하는 방대한 공부량에 심한 압박을 느꼈던 저는 결국 목표했던 수험기간을 늘리는 악수(惡手)를 두게 됐습니다. 목표로 한 합격 시기를 2014년으로 늦추고, 당락을 좌우한다는 영어와 경제만 공부했습니다.


영어는 문법 위주로 6개월 공부하고 경제를 4개월 정도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두 과목은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게 됐지만 나머지 5과목은 전혀 공부하지 않은 상태가 됐습니다. 게다가 영어, 경제에 이어서 이전에는 접해본 적이 없었던 법 과목들을 공부하다 보니 앞서 봤던 영어와 경제마저 기억이 흐릿해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2014년 시험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의 긴장이 풀리게 됐고 2013년 시험을 영어와 경제, 행정법, 헌법만을 본 상태에서 응시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2013년 시험이 끝나자, 나머지 3과목에 대한 압박이 상당했고, 부랴부랴 국어와 한국사, 행정학 순서로 기본 강의를 들었습니다. 과목당 2달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는데 앞서와 마찬가지로 한 과목을 끝내 놓으면 그 전에 공부했던 과목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목표했던 2014년 시험 한 달 전에 마침내 7과목을 간신히 한 번씩 다 보게 됐지만 한 과목씩 공부하다 보니 7과목을 한 번에 푸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목표했던 2014년 국가직 7급 시험에서 1점 차이로 떨어지게 됐습니다. 또 설상가상으로 휴학계를 다 써버려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간절했던 마지막 1


틈틈이 영어 공부하다 2014년 국가직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고 학교에 복학하고 나니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나이도 많은데다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정말 외로웠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분들이 학번을 물어보면 대답하기 부끄럽고 요즘 뭐하냐는 지인들의 말에 위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속에서 다시 마음을 잡기 시작했고, 학교를 다니는 1년 동안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학교 수업을 7급 시험과 관련된 과목으로 선택했고, 등하굣길에 틈틈이 영어 단어와 한자를 외웠습니다. 학교 공부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복학 후 첫 학기에는 국어와 영어, 경제만 과목당 1시간씩 하루 3시간 공부하고 나머지는 학교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마지막 학기에는 학교 공부보다는 수험 공부에 더 전념했고, 국어·영어·경제는 그대로 하루 1시간씩 투자하면서 한국사와 행정학, 행정법, 헌법을 순서대로 1회독 했습니다. 다만 한 과목을 공부하고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 그 전 과목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 과목을 1회독할 때마다 그 과목을 추가해서 매일 1시간씩 문제를 풀고 헷갈리는 문제의 기본서 내용을 찾아 복습했습니다, 국어·영어·경제 3과목을 1시간씩 공부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한국사에 투자해 한국사를 1회독한 후에는 국어·영어·경제·한국사를 하루에 1시간씩 4시간 공부하고, 남은 시간에 행정학 1회독을 들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행정법·헌법까지 1회독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5월이 됐고, 7과목을 한 번에 풀어내는 것이 전년보다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국회 8급 시험에서는 0.5점 차이로 떨어졌고, 6월 서울시 7급 시험에서는 1.7점 차이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있긴 했지만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한 1년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굉장히 컸습니다. 또 계속된 불합격에 내가 정말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코앞으로 다가온 국가직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다시 심기일전했습니다. 다행히 학교는 6월 기말고사를 끝으로 모든 졸업 조건을 맞춰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험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시험의 불합격 요인을 너무 문제풀이에 치중해 기본서 내용을 부실하게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남은 두 달 동안 기본서, 특히 국어 문법과 경제를 찬찬히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829일 국가직 시험일이 됐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시험지를 받아들고 늘 풀던 순서대로 경제-국어-영어-한국사-헌법-행정법-행정학 순서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영어까지는 무난하게 풀었는데 한국사가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국사 문제를 붙잡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45분이 됐습니다. 끝나는 시간까지 35분 남았는데 3과목이나 못 푼 상태가 되니 머릿속이 하얘졌고, 내년에도 공부하고 있을 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면서 이번에도 틀린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가슴 졸이며 기도하고 계실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적어도 중간에 포기하는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정신을 다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마구 뛰는 심장과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면서 표기를 했고, 다행히 행정학이 걱정했던 것보다 쉽게 풀려서 제 시간 안에 표기를 끝마치고 답안지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밖으로 나와서도 계속 심장이 고동쳤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학교 벤치에 앉아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 교정을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떨리는 마음으로 채점했는데 표기 실수가 없으면 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표기 실수는 없었고 드디어 그토록 간절했던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맺음말


사실 제 합격수기는 실패 수기에 가깝습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공부방법을 잘못 선택하기도 하고, 도중에 강사님과 교재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제 나태한 정신 상태에 많이 실망하기도 하고, 시험에서 많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부끄러운 수기를 쓰게 된 것은 만약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 수기를 읽고 용기를 내어 다시 한 번 힘을 내시게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수험생활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긴 터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터널 안에 있을 땐 그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두렵기도 하지만, 반드시 끝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노력하면 언젠가 그 터널에서 나와 새로운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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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뉴스 칼럼(제5회) 올해는 반드시 합격하자!!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1년이라는 시간의 단위가 생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마 지나간 해를 돌아보고 잘한 것들은 더욱 발전시키고, 잘못한 것들은 고쳐 더 나은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에 자신이 가진 지나친 열정으로 공부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무작정 학원에서 정해준 커리큘럼만 따라가다 진정 중요한 공부방법을 깨우치지 못한다든가, 시간이 가면서 자신이 점점 더 나태해져서 해야 하는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름을 피운다든가 하는 등의 수많은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실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지 못하고 수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수험생활은 굉장히 고독하고 외로운 과정입니다. 그 이유는 끊임없는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 곧 수험생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과정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되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수험생활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하며 자신을 만